▲ 전남 강진군 강진만에서 유유자적하게 쉬고있는 큰고니 무리./ 멀리 뒤쪽 하얀띠 전체가 큰고니...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생태관광지 전남 강진만이 겨울철새들의 함성으로 가득하다.
지난21일 찾은 강진만은 큰고니떼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전남 강진군에 위치한 강진만은 남쪽바다에서 내륙 깊숙이 파고드는 형국이다. 강진읍에서 남쪽 바다를 바라보면 V자형이다. 왼쪽 끝 꼭짓점은 놀토수산시장으로 유명한 마량면, 오른쪽 끝 그곳은 연초에 사초리 개불축제가 열리는 신전면이다. 이 전체 공간이 겨울철새들의 낙원으로 자리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이들의 보금자리는 강진읍 남포 생태공원과 도암면 해창, 건너편 칠량면 구로마을 앞 바다이다. 이곳이 지금 노랑빛깔의 부리와 흰 깃, 그리고 큰 몸짓과 울음소리를 지닌 천연기념물 201호이자 멸종위기2급인 큰고니들로 북적이고 있다.

올해 무려 2천500여마리가 모여들었다. 캄차카반도부터 시베리아에 이르는 툰드라 강추위를 피해 이 곳으로 왔다. 해마다 1천여마리쯤 오다가 올해들어 두 배 넘게 찾아온 것이다.

강진만의 생태계가 원형 그대로 살아있고 그만큼 건강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 역할을 새섬매자기라는 염생식물이 하고 있다. 새섬매자기 뿌리는 큰고니의 식사로 알맞기 때문이다.

강진만 너른 갯벌은 793만평에 이른다. 수천년 시나브로 스민 생명의 색깔, 회색빛 갯벌사이 물길은 썰물 때 드러난다. 두둥실 얕은 여울을 타는 청둥오리는 연신 엉덩이를 들썩인다. 가끔 자맥질을 하고 고개를 흔들어 물기를 턴다.

저녁 어스름 무렵 강진만 생태공원 갈대숲 사이 생태탐방로 지척, 큰고니의 먹이활동은 장관이다. ‘껑껑껑’하며 질러대는 큰고니의 큰 울음소리는 요란하다. 한국생태연구소 이한수 박사는 "구애보다 놀이성격이 짙다"고 한다.

큰고니는 한쪽다리 들고 잠들기와 온 몸통을 갯벌에 누이고 고개를 뒤로 돌려 몸통 깃 속에 고개를 완전히 파묻고 쉬기가 특기다. 가끔 한쪽 눈을 뜨고 나 아닌 주위를 응시하며 살핀다는 특징까지 파악했다면 비공인 ‘새 박사’쯤 된다고 봐도 될 듯.

강진만에 들어선 탐조객들과 여행자들은 큰고니의 이륙과 착륙, 먹이활동 모습에 탄성을 쏟아낸다. 한편의 생태계 파노라마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강진만의 겨울 생태계는 기존 텃새와 찾아든 철새와의 공존의 공간이기도 하다.

드넓게 펼쳐진 갈대숲과 갯벌에 큰고니가 가장 즐겨 먹는 새섬매자기와 같은 염생식물, 바지락, 꼬막, 맛조개, 갯지렁이 등 먹잇감이 풍부하다. 이러한 까닭에 강진만은 큰고니를 비롯한 기러기, 노랑부리저어새, 민물도요, 알락꼬리마도요, 흰뺨검둥오리,청둥오리들이 겨울을 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아늑한 안식처다.

텃새인 쇠백로와 중백로, 중대백로, 대백로, 왜가리, 괭이갈매기 따위가 해마다 그래왔듯 선뜻 자리를 내어준다. 이러한 하모니로 강진만은 새들의 천국으로 대한민국 최고, 최대의 생태관광의 보고로 이름이 높다.

강진만을 둘러보는 방법 중 하나가 자전거 타기다. 강진만을 끼고 도는 자전거길은 15㎞ 정도. 강진읍 남포에서 전라남도 ‘가고싶은 섬’ 가우도 방향으로 도암면 망호까지 평균 자전거속도인 시속 15㎞ 안팎으로 달리면 한 시간쯤 걸린다. 오가면 두 시간거리. 강진만 친환경 생태코스를 바람을 맞으며 만끽하는 즐거움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두바퀴 동호인들은 입을 모은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정밀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강진만에는 남해안 11개 하구 평균보다 두 배나 많은 1천131종의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 이때문에 탐진강 하구와 강진바다가 만나 천혜의 생태공간인 자연을 이룬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식물 424종, 조류 75종, 포유류 12종, 어류 47종, 육상곤충 325종, 무척추동물 104종, 플랑크톤 133종, 기타 11종이다. 대한민국 최대의 생태서식지로서 손색이 없다.

강진만은 이 같은 자연환경과 생태체험 공간, 여기에 다산 정약용 선생의 유배길, 다산초당, 백련사, 남당포구, 구강포 등 역사문화자원이 어우러져 있어 겨울여행 1번지로서 엄지 척이다. 내년 ‘남도답사 1번지 강진 방문의 해’를 준비하고 있는 강진군의 대표 자랑거리 중 하나다.

눈이 즐거웠으면 이젠 입이 호강할 차례.

겨울철새와 일몰을 동시에 바라본 강진만에서 발길을 돌려 강진읍내로 향하면 남도 맛의 1번지답게 강진한정식과 강진만에서 잡은 짱뚱어를 넣고 끓인 탕, 바지락회무침이 기다린다. 즐거움은 어느새 두 배가 된다. 강진여행의 마침표다.

한해광  hnhh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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